퀴즈 하나 내보겠습니다. 40년 동안 과학 분야 베스트셀러 1위를 지키고 있는 책은 무엇일까요? 바로 세계적인 천문학자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입니다. 이 책은 과학 교양서의 전설로 불리는데, 딱딱하고 재미없을 것만 같은 천문학을 새롭게 풀어냈습니다. 우주의 역사와 과학적 진리를 인류와 지구의 존재에 연결지으며 감성적인 서사로 지어낸 것이죠. 1980년대 젊은이들은 이 책을 접하고 과학자의 꿈을 꾸게 되어서 '코스모스 세대'라는 신조어가 생겨났을 말이 있을 정도로 동시대에 아주 큰 영향력을 미쳤습니다. 칼 세이건은 이 책에서 사람들의 상상력을 사로잡고, 난해한 개념을 명쾌하게 해설해줍니다. 그는 에라토스테네스, 데모크리토스, 히파티아, 케플러, 갈릴레오, 뉴턴, 다윈 같은 과학의 탐험가들이 개척해 놓은 길을 따라가며 과거, 현재, 미래의 과학이 이뤘고, 이루고 있으며, 앞으로 이룰 성과들을 알기 쉽게 풀이해 들려줍니다. 또한 과학의 발전을 심오한 철학적 사색과 묶어서 장대한 문명사적 맥락 속에서 코스모스를 탐구한 인간 정신의 발달 과정으로 재조명해 냅니다. 그의 책에는 우주의 탄생, 은하계의 진화, 태양의 삶과 죽음, 우주를 떠돌던 먼지가 의식 있는 생명이 되는 과정, 외계 생명의 존재 문제 등이 250여 컷의 사진과 일러스트, 우아한 문체로 흥미롭고 박진감 넘치게 묘사되었습니다. '코스모스'의 핵심은 아무래도 '경이로움'이라고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당시로서는 최첨단 보이저호의 천문학 정보가 책에 고스란히 실려 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우주탐사선이 보내온 따끈따끈한 사진과 정보를 그냥 보여주고만 있지는 않습니다. 광활하고 웅장한 우주의 모습에 경이로움을 느끼는 한편 이에 비해 너무 작은 인간의 세상이 초라하고 허망할 수 도 있습니다. 하지만 칼 세이건은 허무함과 경이로움에서 방황하는 인류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는데요. 그거 위로에 그치지 않고 거대한 우주에 있는 티끌 같은 인간의 위치를 뛰어 넘어서 제대로 자각하자고 얘기합니다. 그러한 자각을 통해야만 삶의 가치를 재정립하는 첫걸음이라고 얘기하면서 말이죠. 이런 자기 성찰을 거친다면 우리는 광활한 우주의 지구에 살고 있는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종교나 신화의 도움 없이도 찾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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